여름엔 해가 가까이에 오래 머물러서 햇빛이라고 불렀고, 가을엔 햇빛보다 햇살이 더 깊고 차분하다고 느꼈어요. 햇빛은 얕지만 햇살은 깊어졌고, 베란다에 햇살이 깊어지면 가을이 찾아온다는 걸 알게 되었죠. 깊어짐은 베란다 식물들이 창가를 바라보며 다가서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고, 샤워를 한 랜디 아이스 제란늄은 생애 두 번의 가을을 살고 있습니다. 9월의 꽃밭 정원에는 잦은 가을 비와 달라진 햇살에 깨어난 가을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고요. 저는 쑥부쟁이를 심은 적도 씨를 뿌린 적도 없지만 샤스타 데이지를 파종했더니 미국 쑥부쟁이가 나오기도 하더군요. 노지의 파종은 잡초와 섞여 꽃이 피기 전까지 구분하기 힘들지만, 꽃이 아직 보이지 않는 상태를 지켜보며 흔히 보던 잡초와 다른 뭔가를 감싸고 돌았던 기억이 납니다. 깊어진 햇살에 꽃이 피기 시작했고 봉오리를 보니 셀 수없이 많은 꽃이 피어날 것 같다고 느꼈어요.
추명국은 베란다에서도 잘 피웠고 노지에서 처음 봉오리를 물고 터트릴 때까지 여덟에서 열흘 사이의 기다림이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지금 베란다의 추명국은 봉오리를 살짝 뜯을 듯 말 듯 떨고 있지만 곧 꽃을 피워낼 것이고, 쫀득한 젤리 색의 추명국은 가을의 대표 같은 존재가 되었죠. 가을엔 국화가 먼저 나오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추명국이 훨씬 먼저 피었습니다. 국화는 시설 재배로 햇빛 조절에 따라 빨리 출하할 수 있지만, 베란다의 추명국도 햇빛을 많이 받으면 곧 피어납니다. 이제 이 아이는 이곳이 집이 되었고, 노지 월동도 가능하니 앞으로의 상속지 할당도 많아질 것 같아요.
아스타 국화도 드디어 꽃을 피웠고, 베란다에서 가까스로 죽을 뻔했던 아이들이 밖의 기운을 받으며 커진 모습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보라색 국화의 작은 꽃송이가 많아 보이고, 노지 월동까지 가능해 상속지 계획도 넉넉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죠. 국화의 봉오리는 점점 풍성해졌고, 문빔은 인터넷에서 구입한 아이인데 지금은 모종 두 포기에서 내년에는 더 큰 규모로 자랄 것 같아요. 숙근 코스모스인 문빔의 꽃송이는 점차 늘어나고 있고, 괭이밥은 서리 오기 전까지 계속 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름에는 하얗고 가을엔 뜨거운 색을 가진 핫립세이지도 잊지 않게 남아 있고, 아메리칸 블루 쿠페아 역시 햇살이 깊어지며 더 아렷하게 자랐습니다. 깊어진 햇살 속에 그늘이 생기고 가을은 깊어가며, 이 모든 꽃들은 9월의 끝에서 10월의 시작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The End of September,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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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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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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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스타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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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쑥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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