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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로즈(헬레보루스)키우기

 크리스마스로즈(헬레보루스)키우기

아무것도 몰라도 노지 파종은 베란다에서와는 달리 실패하는 일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뿌리면 발아하고 물만 주면 자라는 걸 수순으로 아는 초보 식집사는 걱정이 없었습니다. 발아가 거의 끝난 듯 보였고 상황은 성공으로 결정되는 분위기였어요.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싹들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비에 녹아버렸을 가능성도 있고, 잡초와 구분이 안 돼 제 손으로 뽑아버렸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튼튼한 포기 몇 포기만 남아 성장했습니다. 그러다 본격적인 장마가 찾아왔고, 노지의 여름은 처음이라 장마라는 리스크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식물에게는 아무 문제도 없겠지만 어떤 식물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음을 깨달았죠. 실내 가드닝은 인위적인 물 관리이지만 노지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아이는 장마에 특히 약했고 하나도 남김없이 다 녹아버렸습니다. 그래서 제 꽃밭에는 크리스마스로즈가 더 이상 남지 않게 되었고, 지금은 세 포기가 남아 있습니다. 있었으나 없었고, 없었으나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 이 아이들의 성장 배경을 잘 모르는 상태가 되었죠. 6월에 씨를 뿌렸고 수많은 싹이 올라왔지만 몇 포기만 자랐고, 그마저도 장마에 다 녹아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세 포기가 남아 있습니다. 장마가 다 지나고 늦게 발아한 걸까요? 파종 후 첫해엔 꽃이 안 핀다고 두 귀로 똑똑히 들었는데 그 사이 또 까먹고 꽃을 기다렸습니다. 꽃을 기대하지 않으며 체념한 어느날 꽃이 피면 어쩌지요? 그러면 첫해엔 안 피더라는 것도 기준이 될 수는 없겠지요. 심심하니까 ‘첫해에 피기도 하더라’는 루머를 한 번 만들어볼까요? 음, 그러니까 제 말은 헬레보루스꽃을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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