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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꽃, 로단테(로단세)키우기, 노지 월동

 종이꽃, 로단테(로단세)키우기, 노지 월동

나는 퍼내도 마르지 않고 퍼내지 않아도 넘치지 않는 신기한 샘물처럼 매일 같은 높이로 물이 차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다. 겨울 내내 둠벙은 이 높이로 얼었다 말랐다를 반복하고 나는 이 물을 사용하지 않기도 한다. 고무 다라의 얼음은 가장 자리가 녹고 있지만 저녁에는 다시 얼겁다. 유칼립투스 나무 아래에는 종이꽃과 로단테가 있는 곳이다. 이 낙엽 아래 숨어 있는 이 작은 생명들은 이번 겨울에 낙엽 부자였다. 두세 차례 덮을 만큼 풍족했던 덮개 덕에 수분이 잘 유지되었다.

궁금해서 견딜 수 없을 때는 염치없이 소환을 해보았고 뒤적뒤적 거려 보았다. 실내에서는 진딧물과 과습 때문에 쉽지 않지만 노지에서는 비교적 키우기 쉬운 꽃들이다. 장마에도 잘 견디고 노지에서 월동한 뒤 다시 덮는 모습을 보인다. 이 낙엽 이불 덕분에 따뜻하고 수분이 유지되어 목이 말라지 않는다. 노지 월동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데에는 복잡한 조건들이 함께 따른다. 같은 지역인데도 다른 마을의 로즈마리는 얼어 죽은 반면 우리 마을의 로즈마리는 꽃까지 피웠고 양지의 나무는 살았으나 음지의 나무는 죽기도 한다. 몸집이 큰 나무는 견디는 추위를, 어린 나무나 옮겨 심은 지 얼마 안 된 나무는 동해로 사라지기도 한다.

해마다 월동을 잘 해오던 나무가 올해의 기록적인 한파 속에서 목숨을 잃기도 하고, 싸매고 덮은 나무는 살고 그렇지 않은 나무는 죽기도 한다. 저의 종이꽃과 로단테가 노지 월동을 잘 하고 봄에 꽃을 피운다면, 그것은 두터운 낙엽 이불 덕분일지 아니면 추위에 강한지와는 무관할 만큼의 자연스러운 생존력일지 모른다. 다만 이 사실은 확실하다. 노지 월동 자체가 하나의 펙트이며, 이 계절의 관찰은 작은 생명이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떻게 버티고 피어나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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