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하루 만에 다시 보게 된 변덕스러운 아들의 캐스팅은 전원 교체되었다. 여전히 2024년 작품이라기에는 그리 파격적이지도 않고 진부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다만 무용수들이 바뀌니 작품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눈에 띄는 테크닉과 아우라로 작품의 지루함이 좀 걷히기는 했다.
캘빈 로열 3세가 황금빛 조명 아래 유려하게 물결치는 듯 상체를 움직이며 춘 솔로와 브린 그랜룬드와 함께 한 파드되가 인상 깊었다. 캘빈과 브린은 이 작품에서 오래 호흡을 맞춘 듯 회전을 비롯해 인상적인 움직임이 여럿 보였다. 데번 토셔와 코리 스턴스가 전날과 달리 잠자는 숲속의 공주 그랑 파드되를 선보였다. 서희가 출연한 날은 두 남녀의 베리에이션이 생략되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전체 파드되를 보여주어 좋았다. 의상이 푸른색이 가미된 연둣빛이 섞인 것으로 두 사람 모두 완전히 달라졌는데 2015년 라트만스키 안무로 개정되기 이전에 쓰인 의상인지 개인 것인지 모르겠다.
테크니션인 데본 토셔와 코리 스턴스의 안정적인 안무 수행은 돋보였지만 사랑의 느낌은 거의 느껴지지 않아 영상물을 틀어 놓은 것 같았다. 마지막에 마주 보며 미소 지을 때는 참 좋던데 무용수의 표정이 관객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대질주 고트샬크는 박선미와 캘빈 로열 3세의 파드되를 보고 다시 한번 전막이 궁금해졌다. 전알의 팡시 리의 춤도 좋았지만 파트너를 혼자 끌고 가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사랑의 설렘과 환희가 그대로 느껴져 보는 내내 미소를 지었다. 테크닉, 표현력이 비등하게 우수한 두 남녀가 건치 대회에 나온 양 시종일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함께 시너지를 내니 보는 사람도 행복해졌다.
브라비!!! 3회의 공연 중 토요일 저녁 자리가 가장 앞이었다. 2열인데 1열을 판매하지 않아 가장 앞좌석인 셈이라 시야가 매우 좋았다. 시나트라 모음곡을 같은 캐스팅으로 생생한 표정으로 보니 커샌드라 트레내리의 연기가 눈에 확 들어왔다. 크지 않은 키임에도 단순한 시나트라 룩이 잘 어울렸고 무엇보다도 공격적인 모습에도 남녀 관계의 주도권을 쥐는 모습과 다채로운 표정 변화가 참 인상적이었다. 두 사람의 파트너십은 여전히 빛났고 서로에게 따뜻하고 애정 어린 모습은 감동이었다.
이저벨라 보일스톤과 제임스 화이트사이드를 위해 라트만스키가 안무한 네오는 여러 가지로 충격적이었다. 일단 사미센 연주가 이렇게 발레와 어울릴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특유의 날카로운 음색을 동양 춤과 서양 춤의 다양하고 현란한 기교로 만들어낸 것도 흥미로웠다. 동양풍의 가미는 나른하고 부드러운 상체의 움직임과 직선 추구하는 클래식 발레를 벗어난 수평적 움직임에도 조화롭게 안무 되었다. 10여 분 동안 이어지는 두 남녀 무용수의 고도의 테크닉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몸으로 전달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 공연의 소주제는 클래식에서 컨템퍼리까지였는데 네오클래식으로 맺음을 했다. 클로이 미슬다인과 제러드 컬리가 메인 롤을 맡았는데 외모부터 궁정에서 나온 듯한 도도한 분위기의 클로이의 힘차면서도 도도한 춤이 돋보였다. 작년에 수석으로 승급하면서 자신감이 상승했는지 동작에서 주저함이 없었고 주제와 변주에도 잘 어울렸는데 등장부터 동작 수행까지 온통 시선을 사로잡는 스타였다. 시에라 암스트롱과 박선미, 팡시 리, 서윤정의 아름다운 모습도 좋았고 첫날보다 확실히 안정적인 무대라 보기에 편안했다. 1947년 작인 것을 생각하면 발란신이 대단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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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발레시어터
원문 링크 :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3 〈클래식에서 컨템포러리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