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딩
요청 처리 중입니다...

이영애의 헤다 가블러

 이영애의 헤다 가블러

이 연극은 헤다 가블러를 중심으로 심리극의 긴장을 구축한다. 극 초기부터 우아하게 등장한 헤다는 공연 내내 무대에 남아 있으면서 빛을 발했고, 텍스트상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현실로 구현한다. 이영애의 연기는 조연의 존재감을 압도하며 무대 뒤의 라이브 캠을 통해 미묘한 표정 변화까지 전달되어 헤다의 중심성을 강화한다. 헤다를 둘러싼 관계자들의 다채로운 반응이 그녀의 소외감과 거리감을 뚜렷하게 부각시키고, 관객으로 하여금 헤다의 내적 갈등을 직시하도록 만든다.

브라크 판사를 연기한 지현준은 다층적 변화를 보여 주며 상대 배우들의 존재감을 균형 있게 끌어낸다. 조지 테스만 역의 묵직함은 말로 행복을 쉴 새 없이 외치지만 실제로는 헤다에게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 모습을 통해 관계의 왜곡을 강조한다. 에일레트 이승주와 백지원의 연기도 설득력을 발휘하며, 제목의 주인공인 헤다를 중심으로 무대의 심리가 움직이는 구성에 힘을 싣는다. 무대 위 그림의 상징은 각 인물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처럼 작용하고, 출퇴장 없이 흐르는 연기가 극의 분위기를 통일한다.

무대와 소품의 다채로운 활용은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상자 천정의 구멍은 헤다의 숨 구멍을 상징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닫히는 순간 비극적 종말의 예감을 남긴다. 알록달록한 풍선은 헤다의 희망을 암시하는 한쪽 구석의 상징으로 남아, 극의 대비를 강조한다. 카라바지오의 청년 바쿠스 그림은 디오니소스의 밀교와 축제가 인간의 광기를 해소한다는 고전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며, 같은 화가의 병든 바쿠스로의 변주도 충분히 흥미로웠을 것이다.

LG 아트센터에서 상연된 헤다 가블러는 리처드 이어의 각색으로 원작의 분위기와는 다른 해석을 보여 준다. 원작에서의 헤다는 신경쇠약에 가까운 히스테리를 드러냈다면, 이번 해석에서는 삶의 부조리를 자각하고 세상을 조롱하는 유머를 갖춘 여주인공으로 재구성된다. 6개월간의 호화로운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냉소적 시선으로 주위를 바라보며, 무거운 분위기를 덜어내고 날카로운 시선을 강조하는 캐릭터로 다듬어졌다. 이전의 헤다들에 대한 궁금함은 더 커져 관객은 극장을 나오며 더 많은 물음표를 남긴다.

# lg아트센터서울 # 김정호 # 백지원 # 이승주 # 이영애 # 이정미 # 조어진 # 지현준 # 헤다가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