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의 헤다 가블러를 13년 만에 만났다. 헤다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지만, 오래전의 헤다는 당대보다 더 진보적이었고 주체적인 여성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는 설정 자체가 공감하기 어려웠다. 무대에서 독보적이었던 이혜영의 헤다라기보다는 헤다 역할을 하는 이혜영의 존재감이 너무 컸다고 여겨졌다. 잘 맞는 옷을 입은 채 감정을 흩날리던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했고, 금발 머리를 늘어뜨리며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는 존재감은 여전했다.
이번 연기에선 남자 작가 입센이 만든 여성이 아니라, 이혜영에 의해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캐릭터로 재탄생되었다는 인상이 남았다. 극립극단의 헤다 가블러는 오리지널 버전을 썼고 총소리도 들렸으며 에일렛의 원고를 태우고 자장가도 불렀다. 그러나 이전만큼의 임팩트는 없었고,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가 밀도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엘브스테의 캐릭터가 헤다의 절규에 일조해야 하는데 너무 약하게 그려졌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각색본은 촘촘함이 부족해 심리극으로 다가오기보단 손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동예술극장에 재상연된 헤다 가블러는 시대 배경이 달라졌다. 1970년대로 설정한 흑백 모노톤은 모던하고 깔끔해 인물의 동선을 한눈에 파악하게 했고, 헤다뿐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 역시 심리 표현을 가늠하기 좋았다. 난로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배치된 미색 소파는 헤다를 둘러싼 일상의 압박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외부의 압박 같은 거대한 박스보다는 내면에 쌓인 벽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2025년은 헤다 가블러의 해인가 보다. 서로 다른 색을 가진 배우들의 연기와 전혀 다른 느낌의 무대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연극 팬으로서 흥미로운 경험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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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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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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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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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다가블러
원문 링크 : 이혜영의 헤다 가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