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이 창립 80주년을 맞아 전국 박물관의 작품들을 모아 조선 민화전을 개최했다.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다양한 소재와 자유로운 기법의 작품들이 대거 선보였고, 세심하게 살펴볼수록 재미가 더해졌다.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미술관 소장의 10폭 책가도였으며, 3단으로 구성되고 물건들이 소박하지만 청색 배경 아래 원근법이 적용된 점이 특징으로 꼽혔다. 멀리서 색감이 아름답고 배치가 창의적이어서 감탄을 자아냈고, 가까이서는 정물 묘사가 세밀하고 재치 있었다. 이 밖에도 여러 책가도가 등장했고, 이택균의 책가도를 제외하면 장식적 요소가 두드러진 가나아트 재단 소장의 8폭 병풍도 흥미를 끌었다. 산뜻한 노란 색조와 대갓집의 고풍스러운 미닫이문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다음 섹션의 주제인 문자도 중 가장 주목된 작품은 제주문자도 8폭 병풍이었다. 3단 구성으로 중앙에 배치된 문자는 세련된 색감과 기발한 형태가 돋보였고, 제주 바다색과 자연 표현의 조합이 특징으로 설명되었다. 가장 오랜 시간 집중해 감상한 작품은 수자와 복자를 다양한 도안으로 만든 백수백복도였다. 섬세하고 재미있는 그림들이 한 폭 한 폭 이야기처럼 다가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민화의 특성상 투박하고 정교하지 못한 그림도 존재했지만 전문가의 솜씨가 드러나는 작품들도 있어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19세기 나비 그림으로 유명했던 이경승의 호접도도 그러한 예였다.
부귀호접과 달리 남계우의 나비 무리 묘사는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였고, 실경이 아니라 개념적 지형에 대한 지식으로 그려진 그림이 추상적 매력을 보여주었다. 관동팔경도는 현대판 만화처럼 보이는 작화로, 우키요에의 원조가 조선 민화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20세기에 그려져 단순화되었고 설명 없이 보면 최근의 단색 만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림책 같은 서사가 담긴 작품도 있었다. 춘향전은 국문과 한문으로 서사를 담고 주요 장면을 제시했고, 돌잔치·무예 훈련·무과 급제 후 휴가 등 삶의 여러 장면을 다룬 평생도도 소개되었다.
지배계층을 위한 화원 화풍과 달리 민화는 개인의 욕망과 당시의 풍속을 담아내며 담백하고 자유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기존 한국 미술사에서 보던 계파나 기법과 다른 매력이 존재한다. 무명의 화가들, 염원을 품고 그림을 산 이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미술관에서 감상하는 후대까지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민화의 큰 매력으로 지적된다. 기념품으로는 고소한 오설록의 인절미 호랑이 라떼를 소개한다. 기간은 2025년 3월 27일에서 6월 29일까지이며 관람 시간은 화요일에서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장소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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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조선민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