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딩
요청 처리 중입니다...

영국 로열 발레 '더 퍼스트 갈라'

 영국 로열 발레 '더 퍼스트 갈라'

세종문화회관에서 로열발레단의 방한 공연은 벌써 20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전막이 아닌 갈라 무대였지만 실제로 보지 못했던 무용수들을 가까이에서 만난 기쁨이 크다. 로열발레단이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단체임은 충분히 느껴지며, 계급과 서열이 뚜렷한 컴퍼니의 질서가 체계적으로 작동하는 모습도 납득이 간다. 갈라는 백조의 호수 하이라이트로 시작했으나 분위기상 나폴리안 댄스와 파드트루아가 이어졌고, 한국에서 신작 발표를 예고한 조슈아 융커의 클래식 테크닉도 탄탄했다. 동양인으로 구성된 파드트루아는 무난했고, 여흥을 돋우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스미나 사사키와 료이치 히라노의 체형과 표현력은 일본인으로만 보이기 힘들 만큼 좋았고, 백조의 업 실수도 파트너십으로 극복하는 노련함이 돋보였다. 로잔 영상을 여러 차례 되새겨 보던 박한나의 모습은 무대에서 더 아름다웠고, 시원한 다리 라인과 발의 모양은 그리스 조각상을 떠올리게 했다. 파트너도 좋았으나 박한나에게 시선이 쏠렸다. 갈라의 화려한 마무리를 장식한 돈키호테 파드되는 결혼식의 정석처럼 반짝였으나, 키트리의 부채에서 바닥까지의 협조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7월 3일 LG 우수회원 리허설 초청으로 본 뒤 일요일 밤 마지막 공연에서도 실력이 나와 준 점은 안도감으로 다가왔다. 1막의 하이라이트는 프란체스카 헤이워드와 세자르 코랄레스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두 사람의 호흡은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끌어당김이 강렬했고, 줄리엣의 예쁨과 로미오의 매끄러운 표현은 무대 위에서 빛났다. 세계 초연으로 꼽히는 스펠스는 로열의 간판 동시대 작품으로 채택해도 손색이 없었다. 다양한 스트리트와 팝핀 왁킹 같은 동작이 발레에 접목되었고, 성별의 구애를 받지 않는 2인무와 군무가 도미노처럼 펼쳐지는 구성이 압권이었다. 리드미컬한 음악과 동작의 접목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꼽힌다. 2부에선 모던 작품으로 아스포델 초원 파드되와 애프터 레인 파드되가 올려졌으나 스펠스에 비하면 이미 고전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애프터 레인 파드되는 더 애절한 느낌이 보강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는 개인 취향 차원이었다. 공연 당일까지 부상으로 출연 여부가 불확실했던 오시포바의 지젤은 리허설보다 실제 무대에서 더 좋았고, 점프도 높아져 완숙한 무대 매력을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어릴 때 갈라에서 추었던 돈키호테와 파리의 불꽃이 남다른 아우라를 남겼지만, 현재 무대 위의 연기력과 구성의 힘으로도 충분한 존재감을 보여 주었다. 이어진 마농과 해적 파드되에서는 로열발레단의 일본인 무용수들이 피라미드 꼭대기에 큰 비중을 차지했고, 아카네 다카다의 마농과 후미 카네코의 메도라가 프리마발레리나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파트너들의 훌륭함은 돋보였으나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붙잡는 힘은 두 주역에게 다소 미치지 못한 면이 남았다.

# LG아트센터기획공연 # 공연리뷰 # 로열발레단 # 퍼스트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