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제목 Paris Unseen에 걸맞게 파리의 다층적인 모습을 포착한 전시가 성곡미술관에서 열린다. 에펠탑의 화려한 포스터로 시작해도 낭만적 도시의 표면을 벗겨내는 의도를 드러내며, 동시대 프랑스 작가와 과거 명작을 망라해 파리의 현재성과 역사성을 동시에 조명한다.
초입부에서도 익숙한 거장들의 작업이 대비를 이룬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생라자르 역 뒤에서, 마크 리부의 파리 에펠탑의 화가 등 고전적 인상과 기억을 불러오는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이어 흑백의 파리를 다각도로 재구성한 장 크리스토프 발로의 파리, 도시 풍경이 시선을 붙잡고, 다큐멘터리적 분위기가 색다른 공간감을 만들어 낸다. 티보 퀴세의 1990년대 파리 외곽 풍경은 건축물과 도로를 절제된 빛으로 엮어 정물화나 풍경화 같은 고요한 정서를 남긴다.
사진가 루이 폴 카롱의 여름 퐁피두, 낸시 윌슨 파직의 방랑자 시리즈와 베르나르 데캉의 몽마르트 인물 이미지가 교차하며 인간의 존재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노출 방식의 차이가 각 작품의 분위기를 강화하고, 독자에게는 도시 속 다양한 모습이 서로 얽히는 현장을 체감하게 한다. 마이클 케나의 흑백 풍경은 깊이 있는 물성과 단일 프레임의 강한 존재감을 통해 작가의 내면적 통찰을 전달한다.
전시의 흐름은 파리의 시대적 기억을 이어받아 다채로운 시각 언어로 확장된다. 코린 메르디카디에의 이중 노출과 토마 부아뱅의 벨빌 연작은 도시의 비낭만적 면모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다룬 그레구아르 엘루아의 작품과 목격자들 시선은 재난 앞의 공동체 감각을 묵직하게 남긴다. 파리 밖의 위대한 전통을 비틀어 보는 장 미셀이 포케의 발자크 실내복 연출과 함께 프랑스적 감수성을 강조하고, 최원준의 기록과 연결되며 세계 도시 속 파리의 다양한 목격과 기억이 하나의 현장으로 응집된다. 마틴 파의 컬러와 미학적 힘은 포스터의 화려함을 넘어 파리의 진짜 온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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