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신용 900점인 사회, 정상인가 국민 절반이 신용점수 900점 이상이라면, 그건 건강한 금융이 아니라 점수의 붕괴다. 신용은 사회의 혈관과 같고, 점수는 그 혈관을 진단하는 혈압계다.
그런데 정부가 선거 때마다 반복하는 ‘신용 사면’은 혈압계를 고장 내놓고 “환자는 건강하다”고 우기는 꼴이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개인 신용은 차갑고 잔인한 데이터였다.
카드 대란을 거치며 ‘연체 = 낙인’의 공식이 뿌리내렸다. 누군가는 집을 팔고, 누군가는 가족을 등지며 빚을 갚았다.
그 고통을 뼈저리게 기억하는 세대가 아직도 살아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세 번의 대규모 신용 사면이 단행됐다. 2021년 250만 명, 2024년 290만 명, 그리고 올해는 무려 324만 명이 기록을 지웠다.
기준도 느슨해졌다. 과거엔 2000만 원 이하였다가 이제는 5000만 원 이하 연체까지 ‘한 번 지워줄게’라는 식이다.
그 결과는 숫자로 드러난다. 국내 양대 신용평가사인 NICE와 KCB에서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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