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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라 / 뒷길

 이사라 / 뒷길

소리 없이 눈이 퍼붓던 날 길들이 길들 아니고 건널목이 건널목 아니고 발자국이 발자국 아닌 날 병실도 사라지고 집도 사라지고 새들도 비상계단을 오르내리는 날 이렇게 고요한 흰 바탕을 앞에 두고 나는 바탕 아래의 길로 접어든다 말없이 걷고 또 걷다보면 천년만년 녹지 않는 눈의 빛들이 있어 언젠가는 나를 하얗게 반사하고 그러면 나는 반사의 힘을 빌려 뒷심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처럼 하얀 등을 보이며 하루하루가 돌아갈 때 잘 달리던 구름이 멈춰 설 때 밥을 먹다 말고 홀연히 당신처럼 밥술을 놓을 때 흰 바탕 아래에서 저 혼자 한참을 부풀다가 그 부푼 힘으로 걸어가는 날의 뒷길 - 어떤 날은 이렇게 살면 안 되지 싶다가 또 어떤 날은 이렇게 살아도 될 것 같다가 내 삶에는 한번도 방학인 적이 없었는데 해야 할 일들은 왜 꼭 방학숙제처럼 날 재촉하는지 낙엽은 떨어지고 가을은 저만치 가고 있고 아메리카노는 얼음이 녹아도 여전히 차갑다. 뒷심.

뒷길. 오늘의 내 뒷심은 엄마가 다시 보낸다...

# 뒷길 # 이사라 # 훗날훗사람

원문 링크 : 이사라 / 뒷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