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는 몇 년째 책장에 잠들어 있지만 이따금씩 잘 읽히고 있다. 가끔은 어깨에 기대어 책을 읽는 모습이 보이는데 6학년 맑은 얼굴의 어린아이로 돌아오는 토요일 오전의 느슨한 분위기가 떠오른다. 궤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이인데도 슬렁슬렁 읽히는 책이 있다. 이 작가의 작품은 늘 비슷하다고 느껴지면서도 빌려 놓으면 끝까지 읽는 경향이 있다. 심심할 때 가볍게 보는 책들도 여럿 있다. 너의 모든 공이 좋아하는 브릿지 6교시 인성 영역 멸망에 투자하는 우주학교, 왝왝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들, 첫여름완주와 단순한 진심,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골드피쉬 보이 같은 작품들이 그렇다. 여름의 귤을 좋아하는 이야기들, 완득이의 아들 이야기도 한편 한편 떠오른다. 취향이 180도 다른 사람의 곁에서 집어 든 책들은 좋은 이웃이 되곤 한다.
그런데 얄궂게도 남의 욕망은 탐욕처럼 보이고 스스로의 욕구만큼은 더 커 보일 때가 있다. 좋은 이웃의 세계에 머무는 대상이 혼자 반짝이는 모습으로 떠나가 버린 듯 느껴지기도 한다. 시우를, 시우 어머니를, 그들이 사는 집을 내려다 본 적은 없지만 마주보는 것과 올려다 보는 것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물감은 단순한 재료를 넘어서 그 사람이 먹는 방식이나 속도까지 만들어 낸 순수한 선과 빛, 분위기로 다가온다. 기태는 이를 자기 혼자 ‘내장의 관상’이라 부르곤 했다. 홈 파티의 분위기는 단순히 그 애들이 철없거나 허영심이 세거나 금융문맹이어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밥은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먹거나 거를 수 있지만 옷은 그럴 수 없으니, 그나마 가난을 가릴 수 있는 가장 큰 방패가 가방이라는 의견이 흘러나온다.
숲속의 작은 집에서 지호에게는 어려서부터 몸에 밴 귀족적 천진함이 있었다. 남으면 버리고 없으면 사고 늦으면 택시를 타는 식으로 살아온 이의 무심한 순진함이 곁들여지는 모습이다. 이번 여행 계획을 세우며 예산에 신경이 쓰일 때도 지호는 “그냥 대충대충 해. 별 차이 없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별 차이’에 대한 감각이 지호와의 큰 차이가 된다. 이물감이 남아 있는 채로, 책과 삶 사이의 경계가 여전히 흐릿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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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초6] 1월 독서 | 안녕이라 그랬어 | 김애란과 손석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