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딩
요청 처리 중입니다...

눈사람 자살 사건

 눈사람 자살 사건

눈사람 자살 사건은 텅 빈 욕조 위에 놓인 눈사람의 내면을 따라 흐른다. 뜨거운 물을 틀기 전에 더 살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자살의 이유가 될 수는 없었으며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사는 이유 또한 될 수 없었다.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텅 빈 욕조에 혼자 누워 있을 때 어떤 물을 틀어야 하는지의 선택은 궁극적으로 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뜨거운 물에는 빨리 녹고 찬물에는 좀 더 천천히 녹겠지만 결국은 녹아 사라진다는 점에서 다름이 없다고 여겨졌다. 눈사람은 따뜻한 물에 녹이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내며 오랫동안 너무 춥게만 살아 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다. 온수의 온도가 상승하는 동안 몸의 윤곽은 점차 흐려지고, 존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는 시간은 길고도 고요했다.

욕조 안의 김이 피어오르는 소리는 주변의 냉기를 서서히 잦아들게 만들었고, 남은 의문은 하나로 모였다. 아무리 다른 선택을 해도 결국은 같은 끝에 이른다면, 왜 아직도 멈추지 못하는가. 매 순간 다가오는 찬바람은 눈사람의 표면을 스치며 불확실성을 키웠고, 남아 있는 의무와 책임의 흔적은 점차 초기화되지 않는 형태로 남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생각은 한 가지였다. 녹아 내리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은 더 이상 외부의 조건이나 주변의 소음에 좌우되지 않는 내적 결정으로 남게 되었고, 그 결정은 욕조의 증기로 가려진 공간 속에서 천천히 구체화되었다. 주변의 시선이나 기대를 의식하지 않는 채, 스스로의 온도와 시간에만 집중하는 고요한 의지의 표면이 점점 선명해졌다. 결국 눈사람은 온수를 틀고 자신의 몸이 점점 녹아 물이 되는 것을 지켜보다 잠들었고, 욕조에서는 무럭무럭 김이 피어올랐다.

# 눈사람자살사건 # 최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