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와 무력감이 깊게 자리한 일상은 사랑이라는 단어로도 포장할 수 없는 무언가를 남긴다. 드라마 속 인물이 당장 행복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지만, 현실의 힘으로는 그 행위마저 버겁게 느껴진다. 야금야금 행하며 행복을 찾으려 애써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많은 힘을 필요로 해 포기하게 된다. 행복을 찾을 힘이 없어 의무감으로 매일을 살아가게 된다.
의무감이 하루의 모든 시간을 채운다. 다른 사람들처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계속되며, 딸과 손녀, 누나와 조카, 언니와 배우자의 대신으로 혹은 부모 대신의 역할을 24시간 꽉꽉 채운다. 언제나 해냈고, 앞으로도 해낼 것이란 기대 속에 움직인다. 그러나 누군가의 몫을 해내는 일에는 자신만의 몫이 비어 있음을 느낀다. 웃음처럼 한숨이 따라오고, 인생은 살아만 있어도 잘 흘러가리라는 말을 떠올리지만 그 뜻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지만 마음의 괴로움은 잦아들지 않는다. 존재하는 이 자리와 다른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이 오래 지속되고, 자기 분열에 가까운 현상으로 여겨진다. 분명히 여기에 있음에도 다른 곳에 있다는 듯한 심상이 반복된다. 인생은 남을 앞질러 가거나 겨루는 경주가 아니라 조용히 나만의 화단을 가꾸는 것이라고 들었지만, 아직 그 공간을 정확히 찾지 못한다. 조용한 수행처럼 삶의 본질을 탐구하고 싶으나, 현실은 공이며 파멸이라는 냉혹한 진실 앞에서 머뭇거린다. 묵혀둔 것들이 다시 깨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남아 있다.
원문 링크 : 나는 많이 지쳤다 - 2023년 인생 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