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코엑스 방문은 카페쇼 이후 처음이었고 국제 도서전은 꿈도 못 꾼 채 영상을 보며 기가 빠졌다고 한다. 기분이 좋다 갑자기 예약해 버린 맥주 박람회도 다녀왔고 맥주 박람회답게 들어갈 때 숙취약을 주는 센스가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숙취해소제는 파티스마트랑 알디콤뿐이라고 과장 없이 치고 넘어가며 돈 아깝다는 생각도 스쳐 간다. 반만 먹었지만 맛이 없었고, 이럴 때 동행자의 필요성도 떠올랐다.
꾸준히 하던 일도 있겠지만 멋진 결과물은 아직 잘 모르겠다는 주장이 이어졌고, 자기 부정형이라는 생각도 덧붙여졌다. 모친은 아직도 가끔 기자나 피디가 될 줄 알았다고 하는데, 무엇을 보았기에 그런 기대를 품었는지 의아한 기색이 남는다. 맥주 박람회였지만 다양한 술이 진짜 많았고, 맥주와 와인 부스에서만 조금 맛봤을 뿐 나머지는 포기하는 상황이었다. 시음만 해도 술에 취한다는 느낌이 들며 내려갈 때면 늘 집에 가고 싶다는 심정이 반복됐다.
그럼에도 코엑스 방문은 봉은사를 들르는 길에 함께했다. 행사 중이었고 냉담한 천주교 신자이기도 한 한편 불교를 좋아하는 마음이 다채롭게 나타났다.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분위기는 한국의 고건축물과 빌딩의 조화를 아름답게 만들어 미적 즐거움을 주었다. 동네 할머니가 사진 찍길래 따라 찍으며 작은 여흥을 느낀 순간도 있었다.
맥주 박람회에서 누가 베이글을 살까 하는 농담도 나왔고, 벌써 12주기라는 말이 떠돌아 다녔다. 어디선가 본 말처럼 아이들이 살아 있다면 올해 서른이었다는 에피소드도 등장했다. 삼촌을 보러 간 날은 날씨가 좋아 기분이 좋았고, 조카의 개발새발 글씨를 잘 분석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어른들이 다 보내고 혼자 왕왕 울다 복귀하는 장면도 있었고, 오랜만의 큰 탈락이 선물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비빔냉면의 매력을 새삼 깨닫는 계기도 생겼다. 물냉면의 차가움이 속을 차갑게 한다는 점이 기억에 남고, 스벅의 바닐라 라떼가 맛이 없었던 순간도 있었다. 가족들의 수다 타임은 여전히 이어졌고, 예전처럼 그렇게까지 친했던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편하면서도 은근히 불편한 면도 있었다. 짧은 외출-휴식-외출 일정에 눈에 다래끼가 나는 날들이 있었고, 올해도 소등 행사에 동참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친구의 배려와 함께 늘어나는 지방과 올라가는 혈당에 대한 염려가 함께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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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