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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신정희 사기장의 분청사기 조화 어문 항아리

 故 신정희 사기장의 분청사기 조화 어문 항아리

흙 알갱이 줄 알았던 유약의 빙렬을 통해 흙의 질박함이 만져지고, 물고기 문양에서는 만든 이의 즉흥과 익살이 느껴진다. 정해진 틀을 지향하는 것 같았지만 물고기 문양으로 그 틀을 완전히 벗어나버렸다.

왕이나 양반가에 올리는 경직된 백자보다 표현이 좀 더 자유로운 분청사기의 특징을 그대로 재현한 故 신정희 선생의 분청사기 물고기 문양 항아리이다. 날카로운 도구로 긁어내서 그린 물고기 문양은 매우 익살스럽지만 친근하고 정겨운 감정을 일으킬 만큼 해학적이다.

물고기 문양이 없었다면 그냥 잘 만들어진 항아리일 뿐이었을 것이다. 물고기들이 서로 상대방의 꼬리를 잡으려고 위아래로 헤엄치고 있다.

투박하지만 지느러미 하나하나 무시하진 않았다. 뚜껑의 문양은 빗살 무늬와 꽃무늬를 지그시 누르면서 빗어냈는데, 이제 보니 물고기 문양은 위아래로 한가로이 헤엄치는 모양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항아리 밖으로 튀어 나가려는 물고기를 꽃으로 달래 진정시켰던 것이다. 항아리 바깥쪽은 역동적인 물고기들로 정신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