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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시간』 읽기 — 제12절~제14절

 『존재와 시간』 읽기 — 제12절~제14절

잔과 옷장 같은 그림을 머릿속에서 치우고 읽으면, 먼저 ‘안에(in)’는 ‘거주하다, 체류하다’의 어원 이난에서 비롯되며, 어근의 ‘an’은 습관, 친숙함, 보호를 뜻한다는 점이 드러난다. 물과 잔 사이에는 자리가 있지만 현존재가 세계 안에 있을 때의 ‘안’은 그 틈이 없다. 거주와 돌봄이 곧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자리이며, 잔과 옷장의 그림을 떠올리면 길을 잘못 든 표시가 된다. 따라서 어원적 해석은 자리를 지워 두고, “나는 머문다, 나는 익숙하다”는 동사적 읽기로 옮겨야 한다. 이 자리에서 두 번째 인용문이 절의 무게를 떠안는다. 안에있음은 단순히 하나의 특성이 아니라, 세계와의 사귐이 가능하게 하는 먼저 존재의 상태임을 보여준다. 세계가 먼저이고 주체가 나중이라는 순서를 이해해야 인식에 대한 논의가 비뚤어지지 않는다.

다음으로 인식에 관한 흐름은, 인식은 머릿속의 주체가 외부로 나가 대상에 닿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바깥에 있는 존재 곁에 머물며 규정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밝힌다. 제13절의 핵심은 “향함과 파악함에서 현존재는 먼저 내면에서 나오지 않고, 이미 바깥에 있다”는 진술로, 언어적 주석으로 ‘하이데거의 주장이 아님’을 달아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전제의 오류가 읽기의 방향을 바꾼다는 경고도 포함된다. 인식은 세계를 머리 속으로 건너가는 과정이 아니라, 세계 안에서 존재자와의 관계를 규정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절의 핵심은 인식이 이미 세계-안에 있음 위에 얹혀 있음을 드러내는 것.

제14절은 ‘세계’의 다층적 의미를 갈라 놓으면서 시작된다. 세계는 한 낱말이 아니며, 자연을 출발점으로 삼는 길, 세계성 자체를 지칭하는 길 등 네 갈래로 구분된다. 하이데거는 자연 사물의 존재 성격으로서의 실체성 길을 보여 주지만, 이 길은 결국 세계 자체에 도달하지 못함을 확인한다. 따라서 세계를 네 갈래로 나누고, 그 네 갈래를 각 문맥에서 연결해 읽는 방식이 필요하다. 세 절은 각각의 의미를 독립적으로 다루기보다, 잇고 흘리는 하나의 길로 읽어 세 번 끊겼던 호흡이 하나로 이어지도록 구성한다. 잔에 남겨진 물의 자리, 세계의 여러 뜻, 인식의 구조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 읽으면, 안에있음에서 세계성으로 이르는 통일된 해석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