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오면서 나는 내 발을 의식했다. 이 계단의 높이를, 이 몸이 알고 있었다.
눈보다 발이 먼저 알고 있었다. 뇌가 명령하고 몸이 따른 것이 아니라, 몸이 먼저 내딛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멈칫했는데, 계단 위에서 멈칫한다는 것이 조금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몸이 다시 먼저 알았다. 몸이 나보다 빠르다는 것을, 그날 오후 내내 들었던 이야기가 발끝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글공방나루 뉴런스쿨 아홉 번째 세미나였다. 우리가 읽은 책은 아닐 세스의 『내가 된다는 것』이었는데, 두껍고 촘촘한 책이었다.
근영 샘이 초파리 이야기를 꺼낸 것은 세미나 초반이었다. 책의 523쪽에 나오는 대목이라고 했다.
초파리는 자기 다리가 벌어질 수 있는 틈의 넓이만큼만 골라 앉는다고, 그러니까 초파리도 자기 몸의 크기를 알고 있다고. 뇌가 계산한다기보다 몸 자체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앎.
그런데 막 성충이 된 어린 파리들은 ...
원문 링크 : 파리의 걸음 - 뇌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