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20세기가 저물어가는 마지막 해. 노벨 문학상은 마침내 20세기 후반 유럽 문학의 가장 거대한 '산맥'이자, '논쟁' 그 자체였던 한 인물을 호명했습니다.
수상자는 독일의 소설가, 시인, 극작가, 조각가이자 '행동하는 양심'이었던 **귄터 그라스(Günter Grass)**였습니다. 그는 1972년 하인리히 뵐에 이은, '패전국 독일'의 세 번째 수상이었습니다.
그의 수상은 "너무 늦었다"는 탄식이 나올 만큼 오랫동안 기다려온 수상이었습니다. 그는 1970년대부터 매년 노벨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였지만,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급진적인 좌파 정치 성향'을 이유로 번번이 그를 외면해왔습니다.
하지만 20세기가 끝나기 직전, 한림원은 마침내 '독일의 나치(Nazi) 과거'라는 끔찍한 역사를 정면으로 파헤치고, 전후(戰後) 독일의 '집단적 기억상실'을 '양철북' 소리로 시끄럽게 두드려 깨운 이 거장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평생 '과거'라는 유령과 싸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