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은 거대한 감옥이자 화약고였습니다. 인구의 15%밖에 안 되는 백인이 나머지 85%의 유색인종을 지배하는 '아파르트헤이트' (Apartheid, 인종 격리 정책)가 시퍼렇게 살아있던 시절.
흑인 지도자 넬슨 만델라는 20년 넘게 로벤섬 감옥의 독방에 갇혀 있었고, 거리에서 자유를 외치는 흑인 학생들에게는 경찰의 실탄이 날아들었습니다. 세계는 남아공의 이 야만적인 폭력에 분노했지만, 정작 남아공 내부의 흑인들에게는 구심점이 없었습니다.
그때, 절망의 한가운데서 유쾌하고도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160cm가 조금 넘는 작은 키, 언제나 보랏빛 사제복을 입고 나타나는 성공회 주교. 심각한 시위 현장에서도 특유의 익살스러운 춤과 웃음으로 긴장을 녹이고, 총을 든 경찰 앞에서는 사자처럼 포효하며 꾸짖던 남자.
바로 데스몬드 투투 (Desmond Tutu) 대주교입니다. 1984년 노벨 평화상은 감옥에 갇힌 만델라를 대신해 남아공의 양심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