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리 난간 위에 피어난 사피니아를 바라보며 예쁘다라는 말보다 마음의 여유를 먼저 느꼈다. 처음엔 안 예쁘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지만, 정말 꽃을 좋아하면 예쁜 꽃이 아니라도 마음이 움직인다. 이 아이는 한 포트 천원까지도 하는 저렴한 꽃이었고, 왜 이리 꽃길에 자주 심는지의 이유를 천천히 알아가게 했다. 바람이 불고 햇살이 좋은 창가에 두고 물만 주면 여름부터 늦은 가을까지 쉼 없이 피고 진다.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 긴 길을 따라 흐드러지게 많을 때는 촌스럽고 심심한 모습이었지만, 연두빛 로맨스 같은 율마와 바람에 설레이는 핫립 세이지 옆에서 수줍게 늘어진 한 줄기의 사피니아는 빛났다. 많은 관심을 받지 않아도 애태우지 않고, 아프지 않으며 고생스러운 자리에서 심겨진 그대로 웃어주는 아이였다. 그리움과 기대를 낳는 고운 자태가 아니라도, 이 작은 존재는 나의 공간을 채우는 가장 소박하고도 따뜻한 위로였다. 나는 이 아이가 꽃길의 구석에서 묵묵히 자라나가며 주는 안정감이 좋다. 바람의 방향이 달라져도 제자리에서 꿋꿋이 버티는 힘, 물 한 모금으로도 다시 활력을 되찾는 탄력. 그래서 나는 말한다. 지금 이 자리의 작은 꽃이 주는 기운이야말로, 번잡한 일상 속에서도 한숨을 다독이고 마음의 여백을 만들어 주는 힘임을. 끝없이 피고 지는 이 아이의 모습은 우리네 삶의 작은 축복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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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사피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