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베란다에서 핫립세이지를 키우며 이 구근식물이 주는 존재감을 매일 실감합니다. 이름은 뜨거운데 여리여리하고 청초한 매력이 있어요. Salvia "Hot Lips"(Sage) 체리 세이지는 전체가 붉고, 핫립세이지의 흰 부분과 대비되게 가장자리에 붉은 기운이 물들어 늘 정열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지요. 하얀 곳에 닿은 색이 너무 강렬해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를 제가 바로 느낍니다. 샐비어, 깨꽃, 꿀풀, 허브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이 작물은 또한 숙근초로 여러해살이 화초로도 불립니다. 원예 용어가 어렵게 들릴 때가 많지만 저는 이 아이를 통해 계절을 넘나드는 생명력을 확인합니다.
지난해 5월부터 함께한 핫립 세이지는 몇 가지 관리 포인트가 뚜렷합니다. 첫째, 햇빛을 충분히 받아야 꽃이 잘 핍니다. 둘째, 통풍이 아주 중요합니다. 여름에 베란다 식물들의 위치를 바꿨다가 흰가루병의 습격을 받았는데, 농약 없이만은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장갑을 끼고 다른 곳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화분 전체를 비닐봉지로 덮은 뒤, 봉지 안에 약을 뿌려 한나절 정도 지나 걷어주고 하루 정도 지나 물줄기를 샤워하듯 뿌려주었습니다. 며칠 뒤에는 말끔히 회복되었고, 가능하면 예방 차원에서 관리에 신경을 더 쓰게 되었습니다. 셋째, 물을 아주 좋아합니다. 배수가 잘되야 하는 것도 당연하죠. 넷째, 베란다에서 월동이 가능합니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기온이 5도까지 내려가도 별 탈이 없었습니다. 다섯째, 엣지 있는 꽃은 사계절 피고 지기를 반복합니다. 여섯째, 허브이므로 산뜻한 향이 퍼집니다. 일곱째, 삽목이 잘 됩니다. 긴 가지를 잘라 옆에 꽂아두면 뿌리가 나며 화분을 금세 풍성하게 채웁니다.
얇은 잎사귀의 연두빛은 투명하게 빛나 경쾌한 수채화를 닮았습니다. 이 여리여리한 핫립 세이지가 햇살에 반짝이고 바람에 살랑일 때면 저는 자꾸만 설렘을 느껴 베란다를 이리저리 서성아도 멈칫합니다. 그러나 이 아이를 두고 다른 꽃들 앞에서만큼은 한걸음 물러나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핫립 세이지는 제게 가장 좋아하는 아이예요.
#
가드닝
#
베란다정원
#
샐비어
#
체리세이지
#
핫립세이지
#
허브
원문 링크 : 베란다 핫립세이지 키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