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생긴 밭으로 인해 일상이 달라져 버렸습니다. 베란다에서 밭으로 활동영역이 넓어지니 더 바쁘고 고단해졌습니다. 밭이었던 곳을 꽃밭으로 바꾸는 첫 해는 힘이 듭니다. 경험 없는 초보 정원사는 두서가 없고, 베란다에 있던 것들을 옮겨 심는 일은 질서가 없고 파종은 발아 후 잡초와의 구분이 어렵습니다. 뽑지 못한 잡초에 가려 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기도 하지만, 오늘의 새싹들은 베란다의 것들보다 훨씬 건강했습니다. 이제 이 밭의 잡초 종류가 거의 세 가지로 정해져 있어 식물과 구분도 잘 합니다.
오늘은 장마에 대비해 준비를 했습니다. 처음 꽃밭을 만들 때부터 두 고랑이었던 밭을 한 고랑으로 합쳤지만 흙을 고르게 다져주지 못해 비가 오면 중간에 물 웅덩이가 생겼고 울타리 아래도 물이 고였습니다. 땅은 평평하게 다져 주고 울타리 아래는 물길을 깊게 파서 물이 흘러가게 했습니다. 가운데 세운 막대기는 어린 인동덩굴이 타고 올라갈 것이라 타고 올라가기 좋도록 울타리 쪽에 심었습니다. 이곳은 물이 고여서 여전히 고민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묘안이 떠오르리라 기대합니다.
꽃밭 옆에는 고추, 부추, 파, 고구마, 깨, 호박, 오이가 자랍니다. 방앗간에서 산 깻묵을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다가 오늘 비료로 쓰려 했는데 남편은 순식간에 끝냈다고 보고하더군요. 실제로 보니 비가 오면 흘려 내려갈 거라며 푸념도 했지만 깻묵의 비료 성분이 좋다고 느꼈습니다. 깻묵은 유박으로도 알려져 녹말과 단백질이 많고 질소, 인산, 칼륨을 포함해 자급 비료로 활용되는 완효성 비료였죠. 밑거름이 아니라 웃거름으로 사용했는데 괜찮을지 앞으로가 더 궁금합니다.
박하 잎 위에도 깻묵을 소복하게 뿌려 두었고, 향이 기름 성분이라 내일 비가 오지 않으면 안 좋을 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패랭이꽃은 작지만 최대치의 꽃을 피워 주었습니다. 애플민트는 MY VIPS님이 알려준 무알코올 모히토로 즐겼고, 남편도 맛있다고 했습니다. 코스모스 씨앗은 지난해 채종한 것을 심었고 지금 꽃밭의 분위기에 어울리게 퍼지고 있습니다. 한 송이를 비출 때의 반짝임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전체를 보니 아직은 어설프고 초라합니다.
앞으로 몇 계절을 더 보내야 이 꽃밭이 본격적으로 정원처럼 보일지 궁금합니다. 이제 여름철 폭염과 장마, 태풍까지 견뎌야 하니 잡초와의 싸움을 줄이기 위해 지피 식물을 좀 더 심어야 할 듯합니다. 팬데믹이 끝나면 바빠질 것 같지만, 좋아하는 일을 더 중요한 것들을 위해 이어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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