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해가 산허리에 걸리면 마을엔 어둠이 빨리 찾아오지만 저녁 빛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가을에 다시 핀 백일홍은 꽃대가 길지 않아 잘 쓰러지지 않는군요. 여름엔 장마에 웃자라 과하게 키가 컸을 텐데 이번엔 세워둔 지지대가 하나뿐이라도 지지대 없이도 꺽이지 않고 더 건강하며 꽃은 더 짙습니다. 자연발아한 그대로 자라 뿌리가 깊지 않아도 버티는 힘이 대단합니다. 미니 백일홍은 메리골드와 몸집도 키도 거의 같습니다. 키 큰 백일홍은 품격 있고, 키 작은 백일홍은 다정합니다. 꽃차로 즐겨보려는 꿍꿍이가 있지만 자세히 보아야 예쁜 착한 아가씨, 메리골드예요. 주황과 노랑의 두 종류고요. 몇 개 따 보다가도 더 따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많아지려면 내년일 거예요. 그때까지 꽃차는 유보합니다.
체리 세이지는 핫립세이지보다 꽃을 훨씬 많이 피워주고, 삽목도 잘 된다지요. 꽃은 다 뿌리가 내려서 제가 삽목을 멈추지 않으면 아마 꽃밭을 가득 채울 겁니다. 산책로의 백정화 단정화는 꽃이 다 졌는데 이곳은 그렇지가 않아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토양이 더 기름진 탓으로 알겠습니다. 지금은 국화의 계절이지요. 단일처리를 하지 않는 이곳에선 가을에만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의 백일홍 단정화 수없이 많은 꽃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피고 지지만 국화꽃은 가을에만 볼 수 있어 귀한 손님입니다. 모두 베란다에서 옮겨 와 노지에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국화는 노지가 답이었어요. 지난해 국화 분재를 선물받았고, 분재는 좋아하지 않지만 선물이라 키웠지요. 그러나 고품격이라서 전문가의 손길을 거쳤다고 해서 진딧물은 봐주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새까만 녀석들로 더 악랄하고 더 통통하고 더 빨리 움직였어요. 전의를 상실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조용히 물주기를 포기한 것과 국화는 실내에서 키우지 않겠다는 결심이었습니다.
장관이었던 쑥부쟁이는 지고 있어요. 이 많은 꽃에서 씨앗이 맺힌다면 내년엔 쑥부쟁이 천지가 되겠군요. 드디어 감국이 피었습니다. 꽃차로 이용하려고 심었고 네 포트를 심었으며 삽목한 국화에도 꽃이 피었습니다. 쉴 새 없이 피어주니까 처음으로 국화차를 만들어봤습니다. 야매지만 적당히 덖고 식히기를 흉내 내어 마셨지요. 물론 최고였습니다. 첫 번째 풍선이니까요. 바람에 하늘거리던 길가의 하얀색 바늘꽃을 처음 봤을 땐 무슨 꽃인지 몰랐습니다. 바늘꽃 가우라라고 하더군요. 분홍과 흰색이 있었어요. 내년쯤엔 키도 크고 군락을 이루어 바람에 흔들리는 바늘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노지월동이 되지만 영하 7도 이하에선 보온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지구온난화로 기후 변수도 많아졌어요. 한 포기는 온실에 들여볼까 합니다. The End of October, Garden.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처럼 점점 낮아지는 기온에 변화하는 가을의 꽃밭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가겠습니다. 가을의 저녁 빛은 나직합니다. 가진 것이 없는 내가 욕심 없어도 괜찮은 그대를 만나 많은 것을 잊고 잃어가지만 가을 저녁 빛이 따스한 숲으로 가면 지혜로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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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피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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