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베란다 밖 풍경이 참 예쁘지만 제 마음속 다정함은 제 공간에서만 느껴져요. 가을답게 촛불 맨드라미와 카네이션 핑크 키세스가 제 생활의 중심이고, 분갈이 후에는 알갱이 비료 몇 알과 가벼워진 화분에 물만 주면 더 필요한 게 없답니다. 맨드라미는 가을 햇살을 만끽하게 두고 싶었고 아직은 실내로 들이지 않습니다. 여름 더위에는 강하고 습에는 약하지만, 지금 같은 계절이 오히려 적기가 되었어요. 장마 때는 거의 다 죽어가다가도 햇빛을 보면 다시 살아나곤 했죠. 맨드라미가 밤 기온이 떨어지면 색이 더 화려해진다는 말처럼, 카네이션도 베란다 밖으로 나가면 색이 밝아져요.
손 볼 때가 된 기괴한 몬스테라 옆의 사랑초들은 점점 기울고 있지만 여전히 새로 피고 있어요. 바닥에 시든 꽃망울이 떨어지며 애기사랑초, 도화사랑초가 원래 컸던 꽃을 드러낸 걸 보니 놀랍습니다. 지난해엔 작았던 구근도 이제는 보리 낟알처럼 작지 않고, 산책로에서 기어나온 괭이밥과 사계 청사랑초는 베란다에서 지금이 가장 예쁘답니다. 꺽인 크리스피 플로라 가지를 그냥 꽂아두기만 해도 꽃이 피고, 유칼립투스 폴리안은 베란다와 꽃밭에 모두 잘 자랍니다. 가장 창가 쪽에서 햇빛을 풍부히 받으며 빗물도 먹는 덕에 화분이 가볍고 자주 물을 필요로 해요. 보통은 조리개로 자주 주지만 무게가 가벼워지면 저면관수로 입수하죠.
아! 마시멜로도 가끔씩 보지만 오늘은 반그늘이 아닌 직광에서 좋은 트리안인 프레드릭과 사이프러스, 다정한 필레아 페페, 가을 크로커스 사프란에 시선을 두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꽃이 피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어떨지 모르기에 지금은 햇빛이 가장 좋은 베란다 밖에 두었습니다. 올해 익소라가 꽃을 피우지 못했고 자리를 옮겨 햇빛을 못 본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프란도 비슷한 상황이었죠. 할 수 있는 걸 다 했으니 이제는 기다립니다. 추식 구근 중 가장 먼저 싹을 틔우는 프리지아가 올해는 조금 빨리 깨어났고, 스파락시스도 함께 피어나길 바라며 수줍게 반가움을 전합니다. 지난해 이름을 스프락시스라고 적었던 걸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결국 발음보다 존재를 구분해 주는 고유의 이름이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나는 이 가을 빛이 너무 따뜻해서 남은 빛도 다 써버린 오후에 오늘도 마시멜로 하나를 먹은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알아, 내일은 남겨놓을 거야. 느끼기만 하는 건 충실한 게 아니야. 다 쓰지 않고 햇빛을 모으는 프레드릭이 더 많은 마시멜로를 갖게 될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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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11월의 베란다 정원의 식물과 피는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