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텃밭의 끝이 습한 땅이라는 사실을 일주일 전 알게 되었고 울타리 너머의 습지가 언제나 숨 쉬듯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나무도 관목도 없고 실개천 하나가 흐르는 목초지여서 비가 내리지 않거나 많이 내릴 때의 차이가 분명하지만, 그 사이의 간극은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가뭄과 폭우 사이에 명확한 접점이 없다는 것을 체감했고, 너무 오래 비가 오지 않아 초조해지기도 하고, 반대로 많이 내려도 다 흘려보내야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때 문득 둠벙을 생각했다. 둠벙은 전라도와 충청도의 방언으로 논의 한 구석에 만든 작은 연못이다. 물 웅덩이가 차곡차곡 쌓이고 수초가 떠다니며 때로는 아주 깊어 무서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삽과 쇠스랑, 호미로 돌을 파내어 깊이 파고 물이 스며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여섯 바가지 정도 나오던 물은 파고 깊이를 더할수록 꼭대기까지 차올랐고 열두 바가지 가까이 되었다. 더 깊이를 파면 그만큼의 물이 더 고일 거라 믿었다.
늦가을에는 물을 가두어 두고 봄 가뭄이 극에 달했을 때, 또 장마철에는 가두었던 물을 활용하곤 했다. 하지만 큰 저수지가 생기고 경지 정리가 진행되면서 둠벙은 사라지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최근에는 다시 많은 곳에서 둠벙을 만들며 논의 탁하고 오염된 물을 정화하고 수생 식물과 물고기가 살아가는 생태 연못으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나의 텃밭 정원도 이 흐름에 함께 하고 싶다. 물 웅덩이가 아니라 우물처럼 변신하길, 둠벙이나 작은 연못으로 자리 잡아 수초와 물고기가 뛰놀 수 있는 생태 연못으로 성장하길 바라며, 현재로서는 조용히 그 꿈을 숨겨 두고 있다.
정원은 유기농 상자텃밭의 자존심과 순박한 꽃밭의 품격 사이에서 아직 노선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그러나 둠벙이든 작은 연못이든, 언젠가 물이 차와 생명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완성되길 꿈꾼다. 쉿, 아직은 비밀로 남겨 둔 채 조용히 준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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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텃밭에 둠벙(웅덩이), 우물, 연못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