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살의 계절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별과 달이 환하고 깨끗하며 은하수가 하늘에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사방에 사람 소리 하나 없고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날 뿐입니다.” 10월의 어느 멋진 밤을 연상하게 하는 고즈넉한 풍경이다.
중국 송나라 때 문장가 구양수가 한밤중에 책을 읽다가 갑자기 너무도 선명하게 들려오는 어떤 소리에 오싹해져서 아이에게 이게 무슨 소리인지 나가 보라고 했다. 그런데 아이가 나가서 본 풍경은 이처럼 인적 없는 맑고 푸른 가을 달밤이었고, 소리라고는 그저 나무 사이에 이는 바람 소리뿐이었다.
고요한 밤, 구양수는 도대체 무슨 소리를 들었기에 이렇게 놀란 것일까? 구양수가 들었다고 느낀 소리는 분명히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높이 솟구쳐 올랐다가 철썩 내려앉는 파도 소리였고, 쇠붙이가 이리저리 부딪치며 철커덩 쟁그랑거리는 소리였으며, 수많은 병사들이 적을 향해 숨죽여 질주하는 발소리였다.
아이의 말을 듣고서야 구양수는 깨닫는다. “아, 슬프구나.
이는 가을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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