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혁기 |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늙어감에 대하여 늙음은 늘 남의 것이었다. 젊은 싯다르타 왕자는 어느 날 길에서 만난 노인을 보고 깨달음을 얻어 “지금의 내 안에 이미 미래의 노인이 살고 있도다”라고 외쳤다지만, 평범한 젊은이들의 눈에 노인은 본디부터 노인이었을 것만 같고 나와는 도무지 무관한 존재로 보이기 마련이다.
젊었을 때 그렇게 늙어 보였던 사람들의 나이가 오늘 나의 나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란, 의외로 쉽지 않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늙어감은 이미 시작되어 버렸고, 앞으로도 진행만 있을 뿐 돌이킬 수는 없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늙어감 앞에서 옛사람들은 자위와 해학이 담긴 시를 짓곤 했다.
소세양은 머리가 벗겨지니 복건을 쓰기 편해 좋다며 호기를 부렸고, 이만백은 이가 빠졌으니 씹지 않고도 넘길 수 있는 술을 즐길 이유가 더해졌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앞니 하나가 갑자기 빠진 김창흡은 그 당혹감과 슬픔을 솔직하게 토로한 뒤에 이렇게 말한다.
“얼굴이 망가져서 만남을 꺼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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