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포스팅에서 바우만 스킨타입을 공부하며 민감성 피부와 저항성 피부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요약하면 민감성 피부는 작은 자극에도 얼굴이 붉어지고 트러블이나 습진이 잘 생기는 유형이고, 저항성 피부는 아무리 각질제거를 하거나 아무 제품을 써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피부입니다. 민감성 피부인 분들이 피부과를 찾는 경우가 많고, 아직 방문하지 못하셨더라도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해 약산성 제품을 권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셨을 텐데요. 그래서 왜 피부과 의사들이 약산성을 강조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pH는 물질이 용액에 완전히 용해되었을 때 수소 이온 농도를 표시하는 지표로, 1은 강한 산성, 14는 강한 알칼리성, 7은 중성입니다. 우리 피부의 표피는 각질층(Stratum corneum)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질층의 피부상재균에 의해 pH는 낮아지며 주로 산성 범위인 약 pH 4.5~6.5, 보통 5.5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산성 환경에서 피부장벽의 주역인 세라마이드 합성과 이를 도와주는 효소의 활성화가 잘 일어나고, 피부상재균을 안정적으로 자라게 하여 유해균의 성장을 막아 주며, 각질층을 탄탄하게 수렴시켜 피부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 줍니다. 반대로 피부가 알칼리화되면 표피의 수분손실이 늘어나 TEWL이 증가하고, 자극감과 습진이 잘 생기며 모낭염이나 여드름 같은 감염성 질환의 위험도 커집니다. 또한 환경오염, 물, 자외선, 흡연은 약산성 막을 약화시켜 피부의 자가 보호능력을 떨어뜨리고, 습진이나 피부염에서 pH가 깨지기도 합니다. 알칼리성 화장품의 영향도 큽니다. 소듐라우럴설페이트나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 특정 지방산류 등의 애씨드는 산성임에도 불구하고 비누화 반응을 일으키면 결국 알칼리성이 될 수 있습니다. AHA나 BHA 같은 산성 성분을 사용할 때도 pH 불균형과 더불어 피부 표면의 과도한 각질 제거로 피부장벽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약산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강력한 세정력을 가진 양잿물이나 빨래비누 같은 제품은 여전히 알칼리이고, 약산성 제품을 사용할 때 세정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뽀드득한 감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며, 트러블이나 불편함이 실제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때때로 약알칼리 제품을 1~2주 간격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글은 올영 클렌징폼 리뷰를 준비하다가 자연스레 확산된 내용이라 빌드업이 길었지만, 앞으로도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이 많이 쓰시는 세정제들의 성분 리뷰를 차례로 들려 드리려 합니다. 미용에서 질환까지, 피부의 전문가는 피부과전문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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