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도 정확히 기억한다, 내 인생 항로가 아주 바뀐 날인데 어찌 잊겠는가, 그날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1950년 8월 20일이었고, 전쟁 통에 휴교되고 해서 대구역 광장이나 배회하다가 이명흠 대위를 만났다. "너, 덩치 좋고 잘생겼는데 유격대원이나 해라."
"그래요?" 길거리 캐스팅(Casting)이었다.
안 그래도 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에 잘되었다. "오디션은 언제 보는데요?"
"자식, 실없기는. 나흘 뒤에 여기 오기나 해라."
물론 오디션(Audition)은 농담이었다. 이 난리에 무슨 오디션이겠는가, 그저 땅개나 되는 거지.
솔직히, 정말로 솔직히 공부가 싫어서 입대한 것은 아니다. 오로지 나라가 오늘내일하여 글이 눈에 안 들어왔을 뿐이고, 안현필의 영어든 박한식의 수학이든 부질없게 느껴졌을 뿐이다.
나는 나흘 뒤 8월 24일에 대구역 광장으로 다시 갔고, 1000명이 넘게 모였는데 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혔고, 열차에 실려서 밀양으로 내려갔다. 밀양역 바로 앞 농협미곡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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