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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오 당기시오, 여백의 미

 미시오 당기시오, 여백의 미

건물의 여닫이문에는 ‘미시오, 당기시오’라는 표시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표시와 관계없이 무조건 문을 앞으로 밀고, 밀어 낸 문도 뒷사람을 위해 잡아주지 않고 놓아 버리는 경우가 많다.

에티켓 중에는 타인의 공간권리를 존중하는 정신이 담긴 것이 많다. 문을 당기려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은 맞은 편 상대를 위해 공간을 양보하는 것을 뜻한다.

사소한 규칙의 문제에서 거창한 철학적 담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가당치않다고 여길 수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자신의 외적 공간을 차지하려고 다른 사람이나 생명체가 살아갈 여지와 공간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적 공간을 넓히려 애쓸수록 우리 안의 여백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내면의 ‘비어있음’은 형이상학이면서도 일상생활에 그대로 투영되어 우리의 살아가는 사소한 모습까지 빚어낸다. 여백이 없는 삶은 아름답지 못하다.

서화에서 ‘여백(餘白)의 미’처럼 화폭을 남김없이 꽉 채운 것이 아니라 남겨 둔 공간과의 조화가 있기에 아름다움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