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주방 공사를 앞두고 낯선 외국어가 흘러넘치는 조용한 체험 공간에 다섯 가족이 들어선다. 파리에서 온 이 가족은 경복궁과 명동 떡볶이, 홍대 골목까지 다녀온 뒤, 체험의 세 시간이 무엇보다 깊게 남을 것이라 말했다. 도장 새기기와 한글 쓰기 체험으로 시작해 각자 자신만의 도장을 만들고, 한지 족자에 마음을 담은 문장을 써서 도장을 찍었다. 전통 방식으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낯설고 어색하던 한글 쓰기에 점차 익숙함을 더해갔다.
엄마는 “인내는 미덕”을 선택했다. 이성적이고 논리 정연한 엄마는 감정보다 사실과 해결책을 우선하는 타입임을 스스로 인정했고, 붓으로 천천히 글자를 빚으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완성된 족자 옆에 도장이 또렷이 찍혀, 문장과 하나가 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빠는 가족의 분위기 메이커로, 김치를 사랑하는 이가 직접 쓴 문장이 “영원하라 김치여”였다. 붓을 처음 잡고 “영원하라”를 쓰다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공간에 웃음소리를 가득 채웠고, 완성된 족자를 들고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포즈를 취했다.
아들 역시 엄마의 권위를 잘 아는 만큼 의젓하게 문장을 고른 뒤, “엄마는 용이야”라고 밝혔다. 동양의 상징인 용의 권위와 강함을 떠올리며 솔직하게 적은 문장에 눈빛이 감정으로 교차했고, 도장이 찍히는 순간 말없이도 통하는 유머 코드는 가족의 단단한 관계를 드러냈다.
큰딸은 예의 바르고 조용히 관찰하는 태도로, “표리일체”를 택했다. 겉과 속이 하나라는 이 말은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과 살아가고 싶은 방향을 차분히 드러내는 고백이었다. 붓질이 가장 정갈했고, 도장이 찍힌 뒤 한 발 물러서 작품을 바라보는 표정에 조용한 만족감이 흘렀다.
막내딸은 체험의 하이라이트로, “사랑해, 데몬 헌터스”를 골랐다. 데몬 헌터스에 대한 애정이 시각적으로 드러난 티셔츠와 연결된 이 선택은 현장에서 가장 강렬한 감정을 남겼다.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쓰는 순간 두 눈이 반짝였고, 완성된 족자를 들고 “완벽해요”를 외친 표정은 이 체험의 진정한 선물이자 가족의 사랑을 증명했다.
다섯 개의 족자와 도장은 하나의 가족 이야기를 만들었다. 인내, 김치, 용, 표리일체, 데몬 헌터스라는 서로 다른 생각들이 따뜻한 온기로 합쳐졌다. 체험이 끝난 뒤 엄마는 “오늘이 이번 한국 여행에서 가장 좋았어요”라고 조용히 말했다. 다섯 족자는 하늘을 건너 거실 어딘가에 남아, 아빠의 표정처럼 오늘의 기억을 언제나 되새길 수 있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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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데몬헌터스를 찾아 한국으로 온 프랑스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