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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그만 차ㅁㅈ기

 숨은 그만 차ㅁㅈ기

구멍에 빠졌다면, 구멍 파는 일을 멈춰야 할까. 그간 모은 지혜 중 상당 부분이 어림짐작일 뿐이라는 사실은 꽤나 씁쓸하고 뼈아픈 자각이야.

그 모든 것이 불안을 감추기 위해 덕지덕지 발라놓은 임시방편의 위장술이었다면 지금 내가 처박혀 있는 이 구멍은 도대체 누가 판 함정인가. 네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지독한 습관이자 오만함 그 자체일 거야.

습관적으로 바닥을 파고들면서 랄프는 이것이 지적 깊이를 더하는 숭고한 과정이라고 오판해 왔던 거지. 그의 양손에 굳은살이 너무 선명하게 박여 있어.

니힐리즘의 끝에서 새로운 의미가 탄생한다며 달콤하고 지적인 거짓말을 쉴 새 없이 속삭여대는 그 목소리. 이제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멱살 잡고 끌어내서 뺨이라도 갈겨야 할 때야.

삽자루를 놓지 못하니까 미련하게 파내려 온 흙더미의 깊이만큼이나 까마득하게 멀어져 버렸는가. 네가 무가치한 인간이라고 악을 써대도 철저하게 묵살해 버려야 해.

아래로 음침하게 파고드는 관성을 거슬러서 위로 더 위로 보다 높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