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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리뷰] 2026 서울사진축제 컴백홈

 [전시 리뷰] 2026 서울사진축제 컴백홈

도봉구 창동에서 지난해 5월 문을 연 서울시립사진미술관은 국내 최초의 매체 특화 공립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한다. 서울사진축제가 이 전시 공간을 바탕으로 ‘컴백홈’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이어가며, 축제가 자기 집을 찾은 모양새를 보여준다. 오석근 작가는 한국 근현대사의 흔적이 남은 도시 풍경과 집의 모습을 오랫동안 탐구해 왔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식민지 잔재인 일본식 가옥이 우리 삶과 뒤섞인 모습을 담은 <적산 시리즈>와 일상 공간에 가족의 안녕을 바라는 문양을 담은 <기복 시리즈>를 선보인다. 적산가옥의 구조 속에서 김치냉장고나 전기온돌 같은 한국인의 생활 흔적을 발견하는 과정은 특히 흥미롭다.

박형렬 작가의 <늘어지는 층위>는 장기간 수집해 온 돌들이 규칙적으로 매달린 설치 작업이고, 그 너머 보이는 <산으로 존재하기>의 바위들은 겹겹이 쌓여 하나의 거대한 퍼포먼스를 연상시킨다. 정경자 작가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 는 108개의 사진과 글이 하나의 서사를 이루며 기억을 퍼즐처럼 맞출 수 있는 깊이를 보여준다. 한영수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작품들은 긴 시간을 되돌아보게 하며 다시 ‘컴백홈’으로 이끈다.

임군홍 화가의 사진은 1950년 이후 잊혀졌던 역사와 미술사를 되새기는데 초점을 맞추고, 기슬기 작가의 작품은 윤동주의 시가 일본 교과서에 실리는 과정을 상상력으로 구현한다. 이바라키 노리코의 젊은 시절을 재현한 거울 작품과 <노리코와의 대화>는 과거의 인물들과 현재의 시선이 만나는 지점을 탐구한다. 전시의 또 다른 축은 전쟁과 비극의 시대가 남긴 공간의 흔적을 조명하는 이야기로 이어지며, 마주한 공간은 여전히 따뜻한 기억을 남기는 장소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동두천의 공간은 과거 기지촌 클럽 여성이 세운 삶의 터전이자 현재는 이주민들의 생활터전으로 변화한다. 최원준·배영화성의 구성은 집이 태생적 공간을 넘어 시간의 기록과 공동체의 기억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신희수의 <블루존> 시리즈는 안전한 일터와 평온한 일상의 가치를 호소하고, 10주기를 맞은 구의역 사고를 애도한다. 3층은 젊은 감각의 실험적 작품들로 채워지며, 김민의 <시멘트 컵케이크>는 대체 복무의 고립된 시간을 극복하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한구의 군용 사진과 이르러서는 독일 여사와의 여정을 따라간 작가의 시선이 모인다.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여정과 <워킹걸즈>의 패브릭 작품은 여성 노동자의 삶을 기억하고자 하며, 을지로의 MZ 시리즈는 낡은 골목과 현대 트렌드의 충돌을 통해 도시의 기억을 새롭게 읽게 한다. 나나와 펠릭스의 거대한 설치 <카메라, 담배, 위스키 그리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는 버려진 액자 속에 숨은 가족사를 드러내며 도시의 이면을 보여 준다. 하다원의 <맞닿은 시간>은 할머니를 기록한 애틋한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이별과 기억의 정적을 담아 낸다. 양동규의 <고립된 평안> 연작은 4.3 사건의 흔적을 가족의 집과 일상 속으로 확장해 희생자들의 삶을 조용히 되새긴다. 손은영의 <붉은 빌라>는 무채색 건축물에 강렬한 색채를 덧입혀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이예은의 <실내 온도 높이기>는 차가운 건물을 체온으로 높여 주는 재치 있는 시도를 보여 준다. 신수와의 는 이웃의 문을 609번 두드린 기록을 통해 서로의 유대를 확인하는 감동을 남긴다. 장연호의 40 forty 불혹은 40대 여성의 삶을 기록하며, 주변 공간들을 다채로운 시선으로 재해석한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처럼 주변의 흔한 공간을 새롭고 따뜻한 시선으로 재해석한 작가들의 방은 도시의 기억을 다채로운 시선으로 꿰매며,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뜻깊은 시간으로 관람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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