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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 302호

 박은정 / 302호

밤과 꿈의 뉘앙스 빗소리가 귓바퀴에 모래알처럼 쌓이고 우리는 마지막 담배를 나누어 피운다 이제 악수를 나누며 헤어져야 할 시간, 언젠가 읽다 덮은 소설처럼 시선을 거두고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이럴 줄 알았다면 새로 산 스웨터를 입고 멋진 작별 인사를 연습해 두는 건데 고장 난 짐승처럼 누워 천장을 보고 있으면 곧 죽을 듯 일생이 파노라마로 지나가지 멍청한 우리는 입을 벌리고 아름답구나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요상하고 아름답구나 의미 없이 혼잣말을 들려주는 일이 좋아서 어릴 적 죽도록 오빠에게 맞던 기억이나 동생이 연못에 빠졌던 기억들도 오래 알고 지낸 사람에게 들려주듯 사랑을 다시 말하기엔 늙었고 이별을 다시 말하기엔 지쳤기에 모르는 사람처럼 각자의 신발을 신고 다시없을 다음을 기약하도록 창밖엔 구름 웅덩이 불 꺼진 방엔 모스부호처럼 떠도는 말들 꿈 없는 눈으로 앓듯 자꾸만 이불을 뒤척이는 기분을 아니 우박이 떨어지고 크리스마스가 오고 그 해 마지막 기도가 잊히면 가엽고 따뜻한 입술...

# 302호 # 박은정 # 밤과꿈의뉘앙스

원문 링크 : 박은정 / 3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