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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에서

여행은 누나와 함께 네덜란드 여행을 마친 뒤 이탈리아로 이어졌다. 피렌체, 베네치아, 로마에서 각각 이틀가량 머물렀고, 공항에서 차량이 활주로에 얼어 출발이 늦는 바람에 경유 비행기를 놓칠 뻔했다. 다행히 예매를 제대로 해 노르웨이 때와 같은 난관은 피했지만, 시작부터 불길한 예감이 남아 있었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알프스 산맥은 유럽의 동쪽에서 시작해 서쪽 프랑스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불길한 예감은 결국 실망으로 다가와 캐리어를 잃어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공항 인포메이션에 분실물을 접수하고 숙소로 이동한 뒤에도 짐이 돌아오지 않자 피렌체에서 이틀은 산책과 젤라토에 의지했다. 뮌헨 분실물 센터에서 이탈리아로 재발송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도착 시점은 미정이었다. 베네치아로의 이동에 앞서 항공사의 무책임한 태도가 거론되자 루프트한자 단거리 비행은 피하는 편이 좋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피렌체의 미켈란젤로 광장에서의 일몰 사진은 개인이 찍은 것 가운데 손에 꼽을 만큼 잘 나왔고, 사람들 사이에서 예술 작품처럼 길을 걸었다는 기록이 남았다. 호텔에서 체크아웃하며 열었던 키박스들은 의도치 않게 열린 채였고, 훔친 의도가 아님이 확인되었다. 새벽에 베네치아로 이동하려던 중 모르는 번호의 문자로 짐을 한 호텔에 두고 가라는 지시가 내려와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베네치아에 도착하자마자 비둘기와 젤라또를 나눠 먹으며 도시의 낭만에 젖었고, 스파이더맨 촬영지에서의 요청에 응해 거꾸로 매달리는 모습도 포착되었다. 운하가 도시의 주요 이동수단이자 바퀴 달린 차량은 불법인 특징이 독특하게 다가왔다.

피렌체의 피자 맛은 기대보다 나았고, 로마의 날씨는 12월임에도 따스함이 남아 있었다. 트레비 분수의 분수왕은 연간 수거되는 동전의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판테온의 천장은 빗물의 침투를 막는 설계가 돋보였다. 성 베드로 대성당과 바티칸 도시국가는 작지만 세계적 영향력을 되새기게 했다. 크리스마스 날은 현지인들이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로마를 떠나 파리에서 8시간 경유 후 귀국하는 막바지엔 짐의 흔적이 남기지 않도록 정리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여정은 거대한 변수들 속에서도 의미를 남겼다. 비행기 놓칠 뻔한 순간, 잃어버린 짐, 예기치 못한 상황들 모두가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며 남은 일정은 주어진 상황에 맞춰 즐겼다. 돌아오며 필요하지 않다고 느낀 물건들과 걱정, 사진 작가로서의 꿈도 내려놓았다. 사회의 초입에서 배움을 얻는 과정이 점차 명확해지며,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짊어질지에 대한 통찰이 커졌다. 로마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짐은 두려움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이 남아, 앞으로의 여정에서도 덜어낼 것과 필요한 것을 구분하는 지혜가 함께하길 바라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원문 링크 : 이탈리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