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에 곰팡이제거제를 뿌렸다. 찬장을 뒤져서 찾아낸 것이었는데, 젤이라고 적혀있는 주제에 물처럼 묽었고 효과마저 그리 좋지 못했다.
내가 배운 바로는, 항진균제는 nystatin 혹은 -azole 계열 등의 성분을 포함하는 반면 곰팡이제거제에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이라는 성분이 적혀있었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뒤져봐도 진균제 파트에서 접한 바 없는 이름이었다.
그래서 검색해보니 락스와 유사한 성분이란다. 김 새게시리.
이럴거면 락스를 뿌리고 문질렀지. 벽, 세포벽, 곰팡이의 세포벽.
나는 벽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나는 더 이상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을만큼 흥분한 상태였다.
마치 터키에서 보았던, 벽을 기어오르던 바퀴벌레처럼. 곰팡이의 세포벽을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이 치밀었다 처참하게, 더 할 나위 없이 잔인하게, 와장창!
그러나 베타-D-glucan, 그러니까 진균의 세포벽을 타겟팅하는 것은 에키노칸딘 계열이고 대부분은 세포벽이 아닌 세포막을 노린다. 처음부터 헛다리를 짚었던 셈.
사람...
원문 링크 : 욕실에 곰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