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끝에 열두 번째 여름이 내려앉을 무렵, 우리는 함께 청록빛 그늘을 베고 누워 나뭇가지 새로 떨어지는 햇살의 개수를 헤곤 했어. 우린 싱그러운 과실의 감촉을 사랑했어.
바람이 이야기의 씨앗을 싣고 오면 그늘이 푸르던 나무는 붉은 열매를 맺었고, 너는 열매에서 즐거운 맛이 난다며 웃었지. 열매의 맛은 더 이상 기억나지 않지만 너의 미소가 새콤했어.
우린 진흙 냄새와 젖은 풀내음을 사랑했어. 구름이 땅에 입 맞추러 내려오는 날이면 장화를 신고 거리를 걸었지.
쏟아지는 비의 끝자락이 눈을 덮어도 상관 없었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붙잡은 네 손가락이 따뜻했으니.
우린 흰 구름이 떨어뜨린 무지개의 파편을 사랑했어. 우리가 소리높여 노래한 여름은 종종 무지개의 건너편에 닿곤 했었지.
태양은 지평선에 닿아 잘게 바스라졌고 대신 초여름달이 노을과 밤하늘의 경계에서 희미하게 빛났어. 나는 너를 사랑했어.
그리고 스물 두 번째 여름엔 너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아. 무지개가 뒤따르지 않는 눈물...
원문 링크 : 열두 번째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