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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을 막아주는 내적 방화벽의 상실 - 페터 비에리 著 《삶의 격》 해설 (55)

 수치심을 막아주는 내적 방화벽의 상실 - 페터 비에리 著 《삶의 격》 해설 (55)

방화벽의 상실 수치심을 막아주는 내적 방화벽의 상실 수치심은 시간을 경험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뭔가가 드러날까 봐 두려움 속에 살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뒤틀린다.

매 순간이 언제든지 폭로될 수 있는 순간이기에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마음 깊숙한 구석으로 몰린 수치심은 모든 걸 소심함과 초조함의 그늘로 덮어버린다.

누구를 만나든지 상황은 똑같다. 상대방은 언제든지 내 정체를 폭로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에 나를 단죄하는 심판관으로 보인다.

정체가 폭로된 사람의 수치심은 잊힐 수 있는 게 아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살이를 통해서 잠시 덮어버릴 수는 있겠지만 번잡한 일상이 주는 정서적 원심력(情緖的 遠心力)이 느슨해져 자기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즉시 다시 나타난다.

그리고 수치심으로 야기된 삶의 변화는 그전보다 더욱더 극명하게 다가와 괴롭힌다. 잠에서 깨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꿈속에서도 평온하지 않다. 이러다가 죽고 난 뒤까지 ...

# 괴로움 # 무력감 # 상실감 # 소심함 # 수치심 # 창피함 # 초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