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이 잔뜩 쌓여 있었다.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았다.
북아현동은 예쁘다. 최근 들어 빌라촌이 허물어지고 아파트 단지로 모두 재개발되는 추세다.
구수한 골목과 세련된 거리가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데, 훗날이 되면 딱 이맘때가 무척 그리워질 것 같다. 나이가 서른 하나쯤 되고 나면, 슬슬 인간관계가 첨예하게 정리된다.
지난 해에는 이 만큼했던 것이 올해에는 갑절로 줄어들고, 내년에는 또 그 갑절로 줄어들지도 모른다. 일하느라 바쁘고, 먹고 사느라 바쁘고, 신경 써야 할 일도 산더미다 보니 자연스럽게 잊혀지는 이름들이 있다.
오늘 문득 대학생 시절을 되짚어보다가 낯이 익은 한 여자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같이 학식도 먹고, 잡담도 하고, 밤새 작업도 하며, 몇날 며칠을 카톡도 나눠보기도 했던 친한 친구였다.
얼굴, 머릿결, 안경테, 체형, 피부색, 말투, 버릇, 패션 스타일이 전부 기억나는데 딱 하나, 이름만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생각나지 않는 것을 굉장히 답답해하는 ...
원문 링크 : 2022년 2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