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더 이상 절에서 소원을 빌지 않는다. 바라는 것은 너무나도 많고 이루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은 더더욱 많지만 이제는 빌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절이라는 곳이 못 미더워서가 아니다. 순전히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믿기에 그런 것도 아니다.
그저 나에겐 절이 수행하는 곳으로서 더욱 와닿기 때문일 뿐이다. 덜어냄의 이치를 깨닫고 욕심을 비워내고 무를 지향하는 곳에서 나의 욕심을 호기롭게 이야기를 하고 바랄 수가 없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그래도 누군가의 간절함은 같이 바라고 싶다. 타들어가는 촛불이 누군가의 근심을 같이 녹여줄 수 있다면 나도 그것을 함께 바라고 싶다.
불을 붙인 누구도 끝까지 초가 타는 모습을 지켜볼 수는 없겠지만 모두가 자신의 초가 무탈하게 녹아내릴 것이라고 믿고 있다. 나는 그 막연하고 절대적인 믿음만을 조금이나마 얻어 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원문 링크 : 저번에 다녀온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