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두어번 씩은 퇴근하고 돌아와 현관문 앞에 도착해 있는 계절을 만난다. 박스 표면에 굵은 매직으로 늘 내 이름을 써두시기 때문에, 그 계절은 정말 내 앞으로만 부쳐진 것 같다.
철없는 어른이 되지 않으려고 제철을 챙기며 산다. 10월이 가기 전에 먹어야 하는 것들, 11월에 가장 무르익는 것들을 적어놓고 괜히 웃는다. 동시에 언제 내앞으로 도착할지 모를, 인숙 씨가 부쳐주는 계절을 기다린다.
우리 인생에는 약간의 좋은 일과 많은 나쁜 일이 생긴다. 좋은 일은 그냥 그 자체로 놔둬라.
그리고 나쁜 일은 바꿔라. 더 나은 것으로, 이를 테면 시 같은 것으로.
보르헤스의 이 문장에서 '시'를 '음식'으로 바꾸어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도 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가 울릴 정도로 단 음식을 먹고 싶진 않았을까?
그러고 보면 잃었을 때를 상상하는 건 슬퍼지려는 자세가 아니라 사랑하려는 자세에 가깝다.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싶을 때, 무감해진다 싶을 때 나는 이제 상실과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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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요즘 사는 맛 2 : 푸드에세이 / 고수리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