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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 유지혜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 유지혜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첫 줄을 읽어 내려갈 때 매번 고민에 빠진다.

나를 둘러싼 수만 가지 유혹이 의식되기 시작한다. 그러다 비로소 몇 쪽을 넘기고 나면 어느새 나는 나 자신을 잊는다.

멀리 떠난다. 그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 골치 아픈 일상의 문제를 말끔히 잊는다.

떠나고 잊고 잃어버리는데, 어째 모든 게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다. 어쩐지 인생을 잘 살고 있다는 기분마저 든다.

읽다 보면 무엇이라도 쓰고 싶어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지금까지 썼던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고 싶은 욕망도 들게 한다.

이토록 위대한 작품들이 널려있음을 깨닫고는 '굳이 나까지 글을 써야 할까.'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사랑이든 일이든 시간이 조금 지나고 한 발짝 떨어지게 됐을 때 어떤 의미였는지 알게 되듯이. 부재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인 것처럼.

봄이 없는 자리에서 나는 봄을 가장 많이 생각했다. 너무 투명해서 비현실적인 느낌.

볕이 비추는 아침의 표정 같았다. 축복 같은 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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