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홍콩 영화에 빠져서 허우적대던 시절. 무협과 느와르에 치우쳐 있던 내 장르 편식에 강시 영화를 추가해 준 친구가 있었다.
비디오 가게에도 없던 강시 영화 비디오를 가지고 있어서 집에 자주 찾아갔는데, 어느 날 열심히 강시 영화를 탐독 중이던 내 뒤에서 PC로 뭔가를 하고 있는 친구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PC는 오로지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급 기계 정도의 인식이었던 내게 그 광경은 매우 낯설었다.
친구에게 물었다. 뭘 하고 있느냐고.
게임이라고 한다. 무슨 게임이냐.
<페르시아의 왕자>라고 한다. 나와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의 첫 만남이었다.
PC로 게임을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내겐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전까지 집에서 게임을 한다면 당연히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세가 새턴만 떠올렸는데, PC로도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페르시아의 왕자>는 그때 기준으로도 매우 오래된 게임이라 콘솔 게임처럼 화려한 맛은 없었지만, 키보드로 조작하는 게임의 신선함이란 그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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