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이사회, 특정 회사의 문제가 아니다
세대가 다르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조금 다르다고 느낀다. 내가 젊은 편이라 그런지 연세가 많으신 분들보다 문제의식을 더 느끼는 편이고, 이사회에서도 그런 차이를 뚜렷이 체감한다. 어떤 사람은 이사회 안건이 별 문제 없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법령 개정에 따른 규정 정비처럼 분명히 문제가 없는 안건도 있을 수 있지만, 회사 돈이 걸린 투자나 주주 간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는 안건은 그렇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모든 경우가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다. 이 분은 아마도 아주 좋은 회사의 사외이사를 오랜 기간 해서 그런 시각일지 모른다. 실제로 많은 이사회는 토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 당일에만 찬반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고, 사외이사들은 자료를 충분히 확보해 검토하는 과정을 타이트하게 거친다. 그래서 주주 입장에서 보면 이사회 의사록에 토의 내용이 담기지 않아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큰 기업일수록 이사회 당일에는 설명과 검토가 미리 끝나고 찬반만 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라는 느낌이다. 이래서 주주들이 이사회 전에 실제로 어떤 토의를 했는지, 어떤 관점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알고 싶어 하는데 공개가 제한되는 탓에 묵묵부답이다. 미국 기업의 경우 주주총회에서 질문과 답변이 활발하다는 점은 다르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경영방침을 공개하는 데 소극적이고 IR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주주들이 경영 의사결정의 큰 흐름을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 원인과 과정을 밝히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느낀다. 거수기 비판은 이유나 내용에 상관없이 100퍼센트 찬성이라는 태도 자체를 문제 삼는 쪽이 많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분 공감하지만 전적으로 반대하진 않는다. 미국의 일부 공시를 보면 이사회가 100퍼센트 찬성인 사례도 보였고, 차이가 있다면 주주들이 질문에 답을 듣는 문화가 있기에 신뢰가 다소 형성된다는 점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 문화가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많은 회사가 이사회가 창의적으로 안건을 발굴하고 현장을 더 잘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금융감독원의 경영공시 자료에 나타나는 문제점은 더 명확해진다. 금융회사들조차도 이사회가 문제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사회가 문제를 시정하지 않으면 결국 상법개정으로 규제하는 흐름이 반복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래도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할에 머무르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사외이사들이 좀 더 계몽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