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계좌 명의인들은 은행과 금감원에 수차례 이의를 제기하고 민원을 남기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늘 같아 보인다. 이유는 사법권이 없는 기관의 한계와 책임 회피라는 구조적 원인에 있다. 은행은 사기업이고 금감원은 감독 기관일 뿐, 사법권 판단권을 가지지 않는다. 계좌에 입금된 돈이 범죄 수익인지 정당한 거래 대금인지는 오직 법원만이 판단한다. 은행이 임의로 지급정지를 해제했다가 피해자가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배상 책임을 부담할 위험이 크므로, 성급한 해제는 피하는 경향이 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특별법에 따라 은행은 지급정지 신고를 접수하면 계좌를 묶는 의무를 지닌다. 다만 채권소멸절차는 피해자의 돈을 되찾도록 돕는 제도이며, 명의인이 반박 판단을 제시하지 못하면 잔액이 피해자에게 넘어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결국 시스템은 피해자를 법원으로 떠넘기고 있다.
금감원은 개별 민사 분쟁을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법규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기관이다. 법원이 아직 판단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매뉴얼이기에, 은행과 금감원은 “누가 진짜 주인인지 확인할 수 없으니 법원 판결을 가져오라”고 말한다. 이로써 피해자 간의 다툼은 법원으로 넘어가고, 명의자가 직접 증명하지 못하면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하게 된다.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 관한 일반적 내용을 정리하면, 변호사 없이도 대한민국 법원 전자소송시스템을 이용해 소장을 작성하고 접수하는 것이 가능하다. 소송 준비의 현실적 이점이 있으나, 실제로는 비용과 절차에서 고려할 점이 있다. 소송 목적물의 가액에 따라 인지대 송달료 수임료가 달라지며, 승소 시 상대방이 비용을 부담하도록 청구할 수 있으나 경제적 여건에 따라 환급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패소 시 잔액은 피해자에게 환급되더라도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등록된 정보는 유지되어 금융 거래가 계속 제한될 수 있다. 사설 사이트 이용 내역이 있더라도 소송은 진행 가능하나 위험 부담이 존재하며 형사 처벌의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실무적·법리적 근거가 필요하다.
범죄의 고의 입증은 어렵다. 다수의 경우 연계 지급정지로 자금 흐름이 나타나 경찰의 참고인 조사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많아 억울함을 소명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사기 방조죄의 고의를 매우 엄격히 판단하며, 단순히 불법 자금 흐름에 관여했다는 정황만으로는 부족하다. 입금된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인지 다른 용처의 자금인지 일반 명의인이 구별하기 힘들며, 인식의 부재를 고의 부정의 근거로 삼는 경우가 많다.
원문 링크 : 피해자간의 싸움, 채무부존재확인 소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