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이지메를 당하던 한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은 참다못해 교실 이동 시의 혼란을 틈타 반에서 도망쳐 나왔지만, 집에 어머니가 계셔서 바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결국 학교 옥상으로 통하는 문 앞에서 수업이 끝나길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쉬는 시간에 다른 학년 학생들이 발견했지만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고, 그날은 평소보다 문 손잡이가 쉽게 열리는 타이밍이 찾아왔다. 평소에는 잠겨 있던 옥상의 문이 그날은 열려 있었고, 순식간에 옥상으로 올라가 잠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대로 뛰어내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옥상에는 난간이 없어 간단히 뛰어내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최후의 순간에 정신이 차려 뒤로 물러서는 걸로 상황을 모면했다. 그날은 겨울이었고, 두꺼운 외투가 없어 추위에 떨려 다시 학교 안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곳에서 선생님들과 마주쳤고, “지금까지 뭐 하고 있었니?”라는 물음에 옥상에 있었다고 답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자 선생님들 사이에 서로 마주 보며 “왜 거기 문이 안 잠겨 있었지?”라는 의문이 흘러나왔다.
그때를 되돌아보면 우연히도 문이 열려 있는 타이밍이 너무 좋았던 탓인지, 어쩌면 무언가가 자신을 부르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뛰어내리기 직전 정신이 차린 순간에는 눈앞에 가족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놀라움에 몸이 뒤로 젖혀질 정도로 강하게 기억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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