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남, 그리고 그물망 밤이었다. 창문 너머로 일곱 명쯤 되는 남자들이 보였다.
어두워서 윤곽만 보였다. 군복인지 아닌지,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멀어서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카메라를 들었다.
찍었다. 그 순간 남자들 중 하나가 움직였다.
카메라를 든 손목에 플라스틱이 채워졌다. 저항은 없었다.
아니, 저항할 수 없었다. 화면이 거기서 멈추는 것 같았다.
아니, 멈추지 않았다. 카메라가 그냥 계속 돌아갔다.
그가 어떻게 됐는지 영화는 말하지 않았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그 사람의 이름을 몰랐다.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밤이었고 멀었고 화면은 흔들렸다.
그런데 그 손목이 자꾸 떠올랐다. 플라스틱에 눌리기 직전 카메라를 쥐고 있던 손.
찍겠다고 결정한 그 찰나. 그 사람이 그 순간 무엇을 생각했는지 나는 모른다.
두려웠는지, 아니면 두려움보다 다른 무언가가 더 컸는지. 〈란 123〉에는 나레이션이 없다.
해설도 없고 자막으로 삽입되는 맥락도 없다. 우리가 뉴스에서...
원문 링크 : 이름이 불릴 때 - 다큐 란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