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순이 쓰러진다. 정확히는 쓰러지는 것이 아니다.
사라진다고 해야 맞다. 지금 여기의 정순이, 1998년의 이 여자가, 어느 순간 어딘가로 가버린다.
몸은 남아 있는데 눈이 뒤집히고, 손이 허공을 긁고, 입에서 소리가 나온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이상하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무서운 것도 아니고, 슬픈 것도 아직 아닌데—그냥 뭔가가 저 몸 안에 있다는 느낌이 왔다. 말로는 안 되는 어떤 것이,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던 것이.
아들 영옥은 그 자리에 없었다. 나중에 친구한테서 들었다—어머니가 또 쓰러지셨다고, 간질인데 힘들지 않냐고.
영옥은 그 말에 친구의 멱살을 잡았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잠깐 멈췄다.
영옥이 화가 난 것이 무엇 때문인지, 영화도 영옥 자신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부끄러운 것인지, 친구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그 자리에 자신이 없었다는 것이 미웠던 것인지—세 ...
원문 링크 : 춤은 드러난다 — 영화 〈내 이름은〉을 보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