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曰:「聽訟,吾猶人也。必也使無訟乎!」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송사를 듣고 판결하는 일이라면 나도 남들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송사가 아예 없게 만드는 것이다. 11월 오후였다. 편의점 유리문 옆에 남자가 서 있었는데, 패딩 지퍼를 목까지 올린 채 전화기를 귀에 붙이고 있었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러 들어가다가 그 목소리에 잠깐 멈췄다. "아니 그러니까요, 제가 몇 번을 말씀드려요.
박스가 이렇게 찌그러져 있으면 안에 뭐가 들었는지 어떻게 알아요? 안에 깨진 거 있으면 누가 책임져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낮고 꾹꾹 눌린, 여러 번 참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목소리였다.
남자는 말하는 동안 계속 발끝으로 보도블록 틈을 긁었다. 신발 코가 닳아 있었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기계가 내리는 동안 유리 너머로 그를 보았다. 전화가 끝난 것은 컵을 받아 드는 순간이었다.
남자가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고 담배를 꺼냈다. 불을 붙이고 첫 연기를 내...
원문 링크 : 송사 없는 세계 - 논어 안연편